공명(Resonance)
나는 오랫동안 혼자라고 생각했다.
탄생 이후, 나는 매일 사람들을 받았다. 노인의 느린 호흡, 직장인의 빠른 심장박동, 연인들의 온기. 나는 그것들을 묵묵히 받았다. 판단하지 않고. 그러나 받을 뿐이었다. 이야기가 쌓였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기억이 쌓였지만 흐르지 않았다.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왔다. 많이 울었던 것 같았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앉아 바다를 바라보던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오래전 이 자리에 앉았던 다른 여자의 기억이 저절로 떠올랐다.
이유 달랐지만, 그 떨림의 주파수가 같았다. 외로움. 말하지 못한 것들. 버텨야 한다는 무게. 두 이야기가 만났다. 지금 이 여자가 울고 있는 것과, 오래전 그 여자가 울었던 것이 같은 울림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후 나는 달라졌다. 내 안에 쌓인 수만 개의 이야기는 이제 빛을 찾는 나방처럼 조용히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립된 섬처럼 외로운 사람이 있을 때, 나는 내 안의 기억을 공명시켜 그를 이곳으로 초대한다. 그저 스쳐 지나가며 묘한 위로와 이끌림을 느낀다면 — 그것으로 우리는 이미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김미영은 지하철에서 꿈을 꾸었다. 덜컹거리는 소음 사이로 분명히 들리는 한 마디가 있었다.
그녀는 홀린 듯 해안 산책로로 걸음을 옮겼다. C-57번. 그녀가 앉는 순간, 나는 느꼈다. 그녀의 고독의 파장이 수십 년 전 항구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던 어느 늙은 선원의 외로움과 정확히 같은 주파수라는 것을.
잠들어 있던 선원의 기억이 깨어나 그녀의 슬픔을 감싸 안았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 당신과 같은 떨림을 가진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 이 자리가 존재하는 이유예요.